대출받아서 빌려준 대여금... 대출금 이자는 어떻게?
갑은 가까운 관계인 을로부터 돈을 빌려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갑은 당장 빌려줄 여유 자금이 없어 고민을 하다가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아 을에게 빌려주기로 결심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대출까지 받아서 돈을 빌려주려는 갑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해되지 않는 이런 일이 우리 주변에서는 생각보다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을이 갑에게 5,000만 원을 빌려달라고 부탁했는데, 갑은 보험사나 캐피털로부터 원금 5,000만 원, 이자율 연 20%(= 월 대출이자 약 83만 원)로 대출을 받아 을에게 5,000만 원을 빌려주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 경우 갑은 을에게 빌려준 5,000만 원뿐만 아니라 월 대출이자 83만 원에 대해서도 대여금 반환을 청구할 수 있을까요?
즉, 대출금 이자를 대여금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는 것입니다.
약정을 하였다면
갑이 을에게 5,000만 원을 빌려주면서 차용증에 "5,000만 원의 출처가 대출금이니 그 대출금의 이자도 을이 부담한다."라고 약정한 경우라면, 갑은 을에게 월 대출이자 83만 원에 대해서도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별도의 약정을 하지 않았다면
그러나 현실에서 위와 같이 명확하게 약정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① 당사자 사이에 차용증 자체를 작성하지 않거나, ② 차용증을 작성하더라도 대출금 이자에 관하여 기재하지 않거나, ③ 대출금 이자에 대하여 구두로만 말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처럼 당사자 사이에 별도의 약정을 하지 않은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갑은 을에게 월 대출이자 83만 원에 대하여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
그 이유는 ① 엄밀히 말해 을이 갑으로부터 빌린 금원은 5,000만 원일뿐, 월 대출이자 83만 원까지 빌린 것이라 볼 수 없고, ② 을이 대출금 이자까지 변제하겠다는 약정을 하지 않은 이상, 갑은 자신의 선택에 따라 대출을 받아 을에게 빌려준 것에 불과하며, ③ 갑과 금융기관이 체결한 대출계약과 갑과 을이 체결한 금전소비대차계약(= 대여금 계약)은 계약 당사자가 각각 다른 별개의 계약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갑은 을에게 그 동안 자신이 납부한 대출금 이자를 반환해 달라고 요구할 수 없습니다. 여기까지 살펴보면, 갑은 정말 억울하기 짝이 없습니다. 을을 믿고 고리의 대출까지 받아 돈을 빌려주었는데, 원금을 제때 갚기는커녕 대출금 이자도 못주겠다고 하니, 갑으로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난감하고 답답할 따름입니다.
대출금 이자에 상응하는 손해배상청구
별도의 약정을 하지 않은 경우, 대여금 반환 청구는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갑은 지속적으로 대출금 이자에 상응하는 손해를 받고 있기 때문에 을에게 대출금 이자를 청구할 수 있는 다른 법리가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민법 제390조에 의한 손해배상청구이고, 관련 규정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위와 같이, 채무자가 채무 내용에 따른 이행을 하지 않으면 채권자는 채무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데(민법 제390조), 그중에서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는 채무자가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 한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민법 제393조 제2항).
만약 을이 변제기까지 갑에게 대여금 5,000만 원을 변제하지 않으면, 을은 채무 내용에 따른 이행을 하지 않은 것이 됩니다. 이에 따라 변제기의 다음 날부터 갑은 을에게 금융기관에 대한 대출금 이자를 손해배상으로 청구해 볼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대출금 이자 상당의 손해가 통상 손해인지, 특별 손해인지 여부부터 먼저 판단해야 합니다. 통상 손해라면 을에게 고의나 과실만 있으면 당연히 바로 청구할 수 있으나, 특별 손해라면 을에게 고의나 과실이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 한하여 청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통상 손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종류의 채무불이행이 있으면 사회일반의 거래관념 또는 사회일반의 경험칙에 비추어 통상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되는 범위의 손해를 말하고, 특별 손해는 당사자들의 개별적, 구체적 사정에 따른 손해를 말합니다(대법원 2008. 12. 24. 선고 2006다25745 판결).
위 판례에 따라 판단해 보면, 갑이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을에게 돈을 빌려주고, 이후 을이 변제기에 대여금을 변제하지 않음으로써 갑이 금융기관에 지게 되는 대출금 이자 상당의 손해는 을의 채무불이행으로 당연히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갑의 개별적인 대출계약에 따라 발생하는 손해인 '특별 손해'라 할 것입니다.
따라서 갑이 을에게 대출금 이자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을이 ① 갑이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돈을 빌려주는 것이고, ② 그 대출금의 이자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하여 알았거나 알 수 있었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정에 대한 입증책임은 갑에게 있습니다.
현실적 조언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대출을 받아 돈을 빌려주는 경우라면 대출금 이자도 차용자가 부담한다는 약정을 반드시 해야 합니다. 법적 분쟁을 막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고, 그렇지 않다면 애초에 돈을 빌려주지 않는 것이 상책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치 못할 사정으로 약정 없이 돈을 빌려주었다면, 대출을 받아 돈을 빌려주는 것이며 그 이자가 얼마 정도 되는지를 차용자에게 구체적으로 고지하고, 이와 관련한 증거를 반드시 남겨두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차후 법적 분쟁이 발생했을 때, 대여자는 차용자가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사실을 제대로 입증하지 못해 대출금 이자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더라도 승소할 가능성이 높지 않습니다.
가까운 관계라는 이유로 아무런 대책 없이 대출까지 받아 돈을 빌려주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남에게 빌려준 돈을 없는 셈 치겠다고 생각하지 않는 이상, 대출까지 받아 돈을 빌려주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행동입니다.
따라서 그와 같은 행동은 자신의 심신을 피폐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가정의 화목을 망치는 지름길이라는 점을 명심하시고, 부디 현명하게 대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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