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욕이란
모욕죄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로 형법 제311조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친고죄"에 해당하고, 이에 따라 모욕행위가 있더라도 고소하지 않으면 검사가 독단적으로 공소를 제기할 수 없습니다.
현대사회에서 모욕은 주로 온라인상에서 발생합니다. 그래서 이 경우를 속칭 "사이버 모욕죄"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법적인 용어는 아닙니다.
모욕의 경우에는 온라인에서 발생하든, 오프라인에서 발생하든 일률적으로 "형법상 모욕죄"가 적용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 됩니다.
반면, 명예훼손의 경우에는 오프라인에서 발생하면 "형법상 명예훼손", 온라인에서 발생하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이 적용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공연성
앞서 간략히 설명했듯이, 모욕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공연히", "사람(= 피해자 특정)", "모욕", "고의"라는 요건을 갖추어야 합니다.
이하에서는 각 요건별로 중요한 내용을 살펴볼 텐데, 먼저 공연성입니다.
1. 의미
공연성이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예컨대, 공개된 장소에서 큰 소리로 말해 다른 사람들이 들을 수 있을 정도라면,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형법상 규정된 공연성의 의미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특정 개인이나 소수에게 발언한 경우에는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없는 상태이므로, 공연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 대법원은 이른바 "전파가능성 이론"을 내세워 특정 개인이나 소수에게 발언한 경우에도 그 상대방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있는 때에는 공연성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아래에서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2. 전파가능성 이론
가. 의미
전파가능성이란 행위자가 특정 개인이나 소수에게 발언했더라도, 그 상대방이 발언 내용을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때에는 공연성을 인정하는 것을 말합니다.
형법에는 명백히 공연성이라는 요건을 규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문언의 의미를 완화·폭넓게 해석하여 전파가능성 유무에 따라 공연성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죄형법정주의 위반, 범죄의 성립 범위를 확장함으로써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위축, 애매하고 주관적인 기준에 따라 범죄가 성립될 가능성 등 많은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합니다.
나. 판단기준
공연성의 인정 여부는
발언을 하게 된 경위와 당시 상황, 발언의 내용·방법, 행위자의 의도, 행위자·상대방의 태도, 행위자·상대방·피해자의 관계와 지위 등 행위 당시의 구체적인 사정을 심리한 후,
상대방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종합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합니다.
이에 더해 대법원은 특정 소수에게만 발언했다는 점은 공연성이 부정되는 유력한 사정이 될 수 있으므로,
그러한 사정 하에서의 전파가능성에 대하여는 검사의 엄격한 증명이 필수적이라고 판시하였습니다(2022도14571, 2020도5813 전합).
다. 구체적 예시
예컨대, 상대방이 가해자 또는 피해자와 특수한 신분관계(= 가족, 친인척)에 있거나 사적으로 친밀한 관계(= 친구)에 있어 비밀 보장이 높은 정도로 기대되는 경우에는 전파가능성이 없다고 볼 여지가 많으므로 공연성을 인정하지 않는 추세에 있습니다.
3. 공연성을 인정한 판례
■ 1대1 대화를 하면서 제3자에 대해 모욕, 속칭 "뒷담화"한 경우
→ 이 사건은 야구선수 장 모 씨가 여자친구와의 카카오톡 대화 도중 유명 치어리더에 대해 "사생활이 좋지 않다"고 말했는데, 이를 여자친구가 SNS에 게재하여 명예훼손한 사례입니다.
→ 1·2심은 1대 1 대화든 · 단톡방이든 전파가능성에 대해 동일한 기준이 적용된다고 판단하면서 장 모 씨에게 벌금형을 선고하였습니다.
→ 반면, 1대1 대화를 하면서 서로에게 모욕한 경우에는 전파가능성이 없으므로 공연성이 인정되지 않을 것입니다.
■ 아파트 위층에 사는 피해자가 손님들을 데리고 와 시끄럽게 한다는 이유로 인터폰으로 피해자에게 전화하여 손님과 자녀가 듣고 있는 가운데 자녀 교육과 인성을 비하하는 욕설을 한 경우(2021도15122)
→ 2심은 피해자와 친분 있는 손님은 피해자를 보호할 마음이 클 것이어서 이를 다른 지인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낮으므로, 공연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습니다.
→ 그러나 대법원은 피해자와 친분이 있기는 하나 그 정도가 두텁지 않아 비밀 보장이 높은 정도로 기대되지 않고, 손님은 실제로 제3자에게 이 사건에 대해 이야기한 사실이 있으므로, 공연성이 인정된다고 보았습니다.
특정성
1. 의미
모욕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피해자가 특정"되어야 합니다.
피해자를 특정하지 않은 채 불특정 다수나 집단을 대상으로 모욕하는 경우에는 모욕죄로 처벌할 수 없습니다.
특히 집단에 대한 모욕의 경우 원칙적으로 그 내용이 집단에 속한 특정인에 대한 것이라고 해석되기 힘들고,
집단에 대한 비난이 개별구성원에 이르러서는 비난의 정도가 희석되어 구성원 개개인의 사회적 평가에 영향을 미칠 정도에 이르지 않은 경우에는 구성원 개개인에 대한 모욕이 성립되지 않습니다(2011도15631).
2. 특정성을 인정하지 않은 판례
■ 택시 기사와 요금 문제로 시비가 벌어져 112 신고를 한 후, 늦게 도착한 경찰관에게 항의하는 과정에서 "아이 씨발"이라고 욕설한 경우(2015도6622)
→ 이 사안은 구체적으로 피해자(= 경찰관)를 지칭하거나 특정해서 욕설을 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 국회의원이 대학생 토론대회 회식자리에서 장래희망이 아나운서인 여학생에게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아나운서 할 수 있겠느냐. ○○여대 이상은 자존심 때문에 그렇게 못하더라"라는 말을 하여 아나운서 연합회 회원인 여성 아나운서 154명을 모욕한 경우(2011도15631)
→ 1·2심은 아나운서 연합회 회원인 여성 아나운서들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위험이 있는 경멸적 표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유죄를 선고하였습니다.
→ 대법원은 경멸적 표현에 해당하기는 하나, 여성 아나운서 일반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그 개별구성원인 피해자들에 이르러서는 비난의 정도가 희석되어 피해자 개개인의 사회적 평가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라는 이유로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하였습니다.
모욕
1. 의미
모욕이란 사실을 적시하지 않고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의미합니다(2015도6622).
따라서 다소 무례하고 저속한 표현이라고 하더라도, 상대방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것이 아니라면, 모욕이라 할 수 없습니다.
2. 판단기준
모욕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상대방의 주관적 감정이나 정서상 어떠한 표현을 듣고 기분이 나쁜지 등 명예감정을 침해할 만한 표현인지를 기준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당사자들의 관계, 해당 표현을 하게 된 경위, 표현방법, 당시 상황 등 객관적인 제반 사정에 비추어 상대방의 외부적 명예를 침해할 만한 표현인지를 기준으로 엄격하게 판단합니다.
나아가 개인의 인격권으로서의 명예 보호와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표현의 자유는 모두 헌법상 보장되는 기본권으로 각자의 영역 내에서 조화롭게 보호되어야 하므로,
모욕인지 판단할 때에도 개인의 인격권과 표현의 자유가 함께 고려되어야 합니다(2019도7370).
3. 모욕을 인정하지 않은 판례
■ 택시 기사와 요금 문제로 시비가 벌어져 112 신고를 한 후, 경찰관에게 늦게 도착한 것에 대하여 항의하는 과정에서 "아이 씨발"이라고 욕설한 경우(2015도6622)
→ 단순히 발언자의 불만이나 분노를 표출하기 위해 흔히 쓰는 말이며, 무례하고 저속한 표현이기는 하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경멸적 표현으로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감사가 관리소장의 업무처리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야, 이따위로 일할래. 나이 처먹은 게 무슨 자랑이냐"라고 말한 경우(2015도2229)
■ 가해자가 직원들에게 피해자가 관리하는 사업소의 문제를 지적하는 카카오톡을 보내면서 "민주노총 지부장은 정말 야비한 사람인 것 같습니다"라고 말한 경우(2019도7370)
→ 1·2심은 유죄를 선고하였으나,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로 1·2심 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심리하도록 환송(= 파기환송)한 중요 판례입니다. ★★★
4. 모욕을 인정한 판례
■ 지구대 앞에서 택시 기사와 요금 문제로 시비 도중 출동한 경찰관에게 "뭐야. 개새끼야.", "씨팔 놈들아. 개새끼야."라고 욕설한 경우(2016도15264)
→ 1심은 유죄를 선고하였습니다.
→ 2심은 분노를 표출하는 과정에서 단순 욕설을 반복한 것에 불과하여 경찰관 개인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켰다고 평가하기 어려우므로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 대법원은 모욕은 피해자의 외부적 명예가 현실적으로 침해되거나 구체적·현실적으로 침해될 위험이 발생하여야 하는 것이 아니고, 가해자의 발언은 단순히 분노의 감정을 표출하거나 무례한 언동을 한 정도에 그친 것이 아니라 경찰관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위험이 있는 모욕에 해당한다고 보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였습니다.
■ 순댓국집에서 폭행 사건이 발생하여 출동한 경찰관에게 식당 업주와 손님들이 있는 가운데 "젊은 놈의 새끼야, 순경새끼, 개새끼야.", "씨발 개새끼야, 좇도 아닌 젊은 새끼는 꺼져 새끼야."라고 욕설한 경우(2016도9674)
→ 위 2016도15264 사건과 동일한 사유로 1심은 유죄, 2심은 무죄, 대법원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였습니다.
■ 한 네티즌이 배우 한예슬 기사에 "이래서 양아치, 날라리들은 안 되는 것.. 나잇값 좀 하자. 불혹에 뭐 하는 짓임?"이라는 댓글을 단 경우(2023고정2147)
→ 1심은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양아치'는 품행이 천박하고 못된 짓을 일삼는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 '날라리'는 '언행이 어설프고 들떠서 미덥지 못한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로 정의되어 있으므로, 충분히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의 표현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고의
1. 의미
범죄행위는 그 범죄에 대한 인식과 의사 하에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고의가 있어야 합니다.
특히 모욕죄의 경우에는 전파가능성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될 수 있습니다.
2. 전파가능성에 대한 미필적 고의
대법원은, 전파가능성을 이유로 모욕죄의 공연성을 인정하는 경우에는
적어도 범죄구성요건의 주관적 요소로서 "미필적 고의"가 필요하므로 전파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있음은 물론 나아가 그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어야 하고,
그 행위자가 전파가능성을 용인하고 있었는지 여부는
외부에 나타난 행위의 형태·행위의 상황 등 구체적인 사정을 기초로 하여 일반인이라면 그 전파가능성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를 고려하면서 행위자의 입장에서 그 심리상태를 추인해야 하므로,
행위자의 고의를 인정함에 있어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2022도14571, 2021도15122).
3. 미필적 고의를 부정한 판례
■ 구의원이 자율방범대 대원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감정을 가진 상태에서 자율방범대 대장에게 카카오톡으로 "거기에 술꾼인 방범대원이 송총이랑 가 있네요. 거기는 술 안 사주는데. 입 열면 막말과 비속어, 욕설이 난무하는 방범대원과 가까이해서 대장님이 득 될 것은 없다 봅니다."라고 메시지를 보낸 경우(2022도14571)
→ 대법원은 구의원이 방범대장과의 업무상 또는 공식적 관계를 매개로 방범대원의 행태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기 위하여 메시지를 전송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이러한 상황에서 메시지에 담긴 우려 및 조언의 취지를 넘어 전파가능성을 인식하였다거나 이를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 결국 위 사안은 당사자들의 관계에 비추어보았을 때 다소 특수한 케이스로 보이며, 대다수의 경우에는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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