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추행이란
형법 제298조에 규정된 강제추행이란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추행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강제추행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폭행 또는 협박", "추행", "고의"라는 구성요건이 필요합니다.
각종 성범죄에서 강간과 함께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유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하에서는 각 요건별로 쟁점이 되는 것들을 살펴보겠습니다.
폭행 또는 협박
1. 의미
강제추행에서 말하는 폭행 또는 협박은 과연 어느 정도의 수준이어야 할까요.
과거 대법원은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이 요구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반면, 현재 대법원은 상대방의 신체에 대해 불법한 유형력(= 폭행)을 행사하거나 상대방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느낄 수 있을 정도의 해악을 고지(= 협박)하면 족하다고 판시하면서 그 입장을 변경하였습니다(2018도13877).
구체적으로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가해자가 "안아봐도 되냐"는 말을 하면서 피해자를 양팔로 끌어안고 침대에 눕힌 뒤 가슴을 만진 경우, 양팔로 끌어안고 침대에 눕힌 행위는 폭행일까요, 아닐까요.
과거 판례에 따르면 폭행이란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여야 하는데, 위 행위는 피해자의 항거(저항·거부)가 곤란할 정도라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피해자가 충분히 항거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볼 여지가 있기 때문이죠. 결국 폭행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현재 판례의 법리에 의하면 양팔로 끌어안고 침대에 눕히는 행위는 불법하게 유형력을 행사한 것이 되므로, 폭행에 해당합니다.
이와 같이, 폭행·협박의 정도가 높은 수준일 것을 요구했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 등을 반영하여 그 의미를 다시 정의하게 되었습니다.
2. 판단기준
상대방의 신체에 대한 불법한 유형력(= 폭행)을 행사한 것인지, 협박이 공포심을 느낄 수 있을 정도의 해악을 고지(= 협박)한 것인지 여부는
폭행·협박의 경위·내용·정도, 가해자와 피해자의 신분이나 사회적 지위,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 추행 당시 및 그 후의 정황, 폭행·협박이 피해자에게 미칠 수 있는 심리적 압박의 내용과 정도 등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합니다.
3. 유형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은 크게 2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는 폭행 또는 협박이 추행보다 시간적으로 앞선 경우(= 폭행·협박 선행형)이고, 다른 하나는 폭행 자체가 추행에 해당하는 경우(= 기습추행)입니다.
가. 폭행·협박 선행형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유부녀인 피해자에게 혼인 외 성관계한 사실을 가족에게 폭로하겠다고 협박한 이후에 피해자의 음부를 만졌다면, 협박이 추행보다 선행한 경우입니다.
이와 같이, 폭행 또는 협박과 추행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있더라도, ① 위에서 말한 폭행 또는 협박에 해당하고, ② 그로 인하여 추행이 이루어졌다면, 강제추행죄가 성립합니다.
나. 기습추행
폭행 자체가 추행이라는 의미가 무엇인지 쉽게 이해되지 않을 수 있을 텐데 예를 들어 설명하겠습니다.
■ 함께 춤을 추다가 순간적으로 피해자의 가슴을 만진 경우(2001도2417)
■ 직장 상사가 등 뒤에서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어깨를 주무른 경우(2004도52)
■ 야간에 혼자 걸어가던 피해자에게 술을 마시자고 접근하여 이를 거절하는 피해자의 손목을 잡고 다른 손으로 엉덩이를 만진 경우(2003도7175)
앞서, 강제추행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추행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위 예시를 살펴보면 폭행이 있었거나 선행하였다고 보이시나요.
가슴을 만지거나 엉덩이를 만지는 것은 분명 추행에 해당하나, 어떠한 폭행이 선행되고 추행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폭행이라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으니, 강제추행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까요.
그것 또한 우리의 법감정에 부합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등장한 개념이 기습추행입니다.
대법원은 기습추행에서의 폭행이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가 있는 이상 그 힘의 대소강약을 불문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따라서 위의 예시 중에서 함께 춤을 추다가 가슴을 만진 행위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이루어진 유형력의 행사로써 그 자체로 폭행이고,
나아가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할 뿐만 아니라 일반인의 입장에서도 추행이라 평가될 수 있으므로,
폭행 자체가 추행에 해당하여 강제추행죄가 성립하는 것입니다.
나머지 예시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한편, 실무상 발생하는 강제추행의 대부분은 기습추행이고, 이 법리를 통해 처벌받게 됩니다.
추행
1. 의미
추행이란 ①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써 ②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일체의 행위를 말합니다(2001도2417).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피해자의 의사·성별·연령,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인 행위태양(방법), 주위의 객관적 상황,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합니다.
2. 추행을 인정한 판례
■ 골프장 여종업원이 거부의사를 밝혔음에도, 골프장 사장과의 친분관계를 내세워 함께 술을 마시지 않을 경우 신분상의 불이익을 가할 것처럼 협박하여 러브샷의 방법으로 술을 마시게 한 경우(2007도10050)
■ 직장 상사가 등 뒤에서 피해자의 의사에 명백히 반하여 어깨를 주무른 경우(2005도52)
→ 단순히 어깨를 주무른 것도 추행이냐는 의문이 들 수도 있겠으나, 대법원은 추행에 있어 신체 부위에 따라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 위 사안은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어깨를 주물러 달라고 요구했으나 거절당하자 곧바로 등 뒤로 가 피해자의 어깨를 주물렀던 케이스로 구체적 사실관계를 살펴보면 추행이라 보는 것이 합리적 판단입니다.
■ 교사가 여중생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들이밀면서 비비거나 귀를 쓸어 만지는 경우
■ 미용업체 사장과 직원이 노래방에서 회식을 하던 중 옆자리에 앉힌 후 귓속말로 "힘든 것 있으면 말하라."라고 하면서 갑자기 볼에 입을 맞추고 허벅지를 쓰다듬는 경우(2019도15994)
■ 초등학교 4학년 담임교사(남자)가 교실에서 자신이 담당하는 반의 남학생의 성기를 만진 경우(2005도6791)
■ 회식을 하던 중 갑자기 왼팔로 여직원의 머리를 감싸고 대표의 가슴 쪽으로 끌어당기는 일명 '헤드락' 행위를 하고, 주먹으로 여직원의 머리를 2회 친 경우(2020도7981)
고의
1. 의미
미필적으로나마 피해자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킬 수 있는 행위라고 인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행위를 하였다면, 추행의 고의가 인정됩니다.
강제추행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고의만으로 충분하고, 행위자의 성욕을 자극·흥분·만족시키려는 주관적 동기나 목적까지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즉, 강제추행은 그 특성상 자신의 성욕을 만족시키려는 동기나 목적을 가지고 행해지는 것이 보통이나, 설사 그러한 동기나 목적이 없더라도 강제추행이 성립할 수 있습니다.
이하에서는 판례를 통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2. 고의를 인정한 판례
■ 초등학교 4학년 담임교사(남자)가 교육적인 의도를 가지고 교실에서 자신이 담당하는 반의 남학생인 피해자의 성기를 4회에 걸쳐 만진 경우(2005도6791)
■ 알고 지내던 피해자(여성)가 자신의 머리채를 잡아 폭행을 가하자 보복의 의미에서 피해자의 입술, 귀, 유두, 가슴 등을 입으로 깨무는 경우(2013도5856)
■ 회식 중에 이직을 고려하는 여직원의 이직을 막고 싶은 마음에서 “이 년을 어떻게 해야 계속 붙잡을 수 있지. 머리끄덩이를 잡고 붙잡아야 되나.”라고 하면서 여직원의 머리카락을 잡아 흔들고, 어깨를 수회 친 경우(2020도7981)
■ 주차 시비 도중 피해자로부터 욕설을 듣자 격분하여 길가에 앉아 있던 피해자에게 다가가 피해자의 허리띠를 풀고 바지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팬티 위로 피해자의 성기를 손으로 2회 잡아당긴 경우(2015도9517)
이처럼, 행위자에게 자신의 성욕을 자극·흥분·만족시키려는 동기나 목적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미필적으로나마 피해자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줄 수 있는 행위라는 인식하에 그 행위에 나아간 경우, 강제추행의 고의가 인정됩니다.
처벌
1. 형량
형법 제298조에 의하면, 강제추행의 법정형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다만, 동종전과 여부, 추행의 내용·방법·정도, 합의 여부, 피해자 고통의 정도 등을 고려하여 법정형의 범위 내에서 선고형이 정해집니다.
2. 미수범 처벌
형법 제300조에 의하면, 강제추행의 미수범은 처벌한다고 규정되어 있을 뿐 그 형량은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미수범도 마찬가지로 강제추행과 동일한 형량으로 처벌됩니다.
미수범 관련 판례를 하나 살펴보면,
밤에 술을 마시고 배회하던 중 혼자 걸어가는 피해자를 발견하고 마스크를 착용한 채 뒤따라가다가 껴안으려 하였으나, 피해자가 뒤돌아보면서 소리치자 몇 초 동안 쳐다보다가 다시 되돌아간 경우(2015도6980), 강제추행 미수가 성립되어 처벌받습니다.
이와 같이, 실제 추행의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처벌받게 된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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