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개요
A와 B는 친구 사이입니다. A는 B에게 "친형 소유의 토지가 있는데 친형으로부터 매도 위임을 받아 토지를 매수할 사람을 찾고 있다. 토지가 팔리면 중개수수료를 받아 갚을 테니 돈을 빌려 달라."라고 하였습니다.
이에 B는 A에게 5년 동안 약 100여 회에 걸쳐 총 6,000만 원을 빌려주었으나, A가 이를 변제하지 않자 사기 혐의로 고소하였고, 검찰은 A의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하여 결국 사기죄로 기소하였습니다.
1심 재판부는 B가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는 점, 친형이 A에게 토지의 매도를 위임하거나 중개수수료를 언급한 적이 없다고 진술한 점 등을 근거로 A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하였고, A는 법정구속되었습니다.
A는 자신은 무죄이고 형량 또한 과하다는 사유로, 검찰은 오히려 A의 죄질이 불량한데 반해 형량이 너무 가볍다는 사유로 각각 항소하였습니다.
A의 가족은 상담을 받고 본 변호사를 항소심의 변호인으로 선임하였고, 본 변호인은 아래와 같은 방향으로 변호하였습니다.
차용금 액수가 부정확하다
수사기관에서 B가 고소인 조사를 받았을 때, B는 자신의 계좌에서 현금 또는 수표로 인출한 내역 중 일부를 A에게 빌려준 것으로 그 합계액이 6,000만 원이고, 이는 5년 동안 총 200회에 걸쳐 이루어진 것이라고 진술했습니다.
그러나 계좌이체가 아닌 현금으로 빌려주는 것은 통상적인 대여 방식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B가 한 번도 차용증이나 장부 등을 작성하지 않았던 점에서 B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려웠습니다.
또한 무려 5년 동안 200회에 걸쳐 빌려준 내역을 B가 전부 기억하고 있다는 것도 상식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수사 당시 B가 주장한 대여 횟수는 200회였음에 반해 공소장에는 100여 회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나아가 B의 계좌에서 인출한 내역 사이사이에는 B가 생활비로 사용하기 위해 인출한 내역도 있었기 때문에 B가 대여 명목으로 인출한 내역과 생활비 명목으로 인출한 내역을 정확히 구분하기도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B에 대한 증인신문에서, 본 변호인은 위와 같은 사정을 포함하여 의심스러운 부분을 구체적으로 신문함으로써 B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고, A가 실제 차용한 금액도 6,000만 원이 아니라는 점을 적극 주장했습니다.
기망한 사실이 없다
검찰은, A가 친형의 토지를 매도하더라도 중개수수료를 받기로 한 사실이 없었는데, A가 B에게 중개수수료를 받으면 빌린 돈을 갚겠다고 말했으므로, A는 B를 기망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참고로 기망이란 허위 사실을 말하여 상대방을 착오에 빠뜨리는 것을 말하고, 사기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기망행위가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친형에 대한 증인신문에서, 본 변호인은 친형이 A에게 중개수수료의 구체적 금액을 말한 사실은 없지만 토지가 희망했던 금액 이상으로 매도되면 그 차액은 A에게 지급할 수도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이끌어냈습니다.
또한 토지를 매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그 토지를 매도하는데 기여한 사람에게 중개수수료를 지급하는 경우가 현실적으로도 존재하고, A는 실제로 지인이나 공인중개사에게 토지 매도를 의뢰하는 등 적극적으로 행동했습니다.
본 변호인은 위와 같은 사실들을 종합하여 A가 토지 매도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였고, 토지가 매도되면 실제로 중개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A가 B를 기망한 것이 아니라고 변호하였습니다.
무죄, 1심의 유죄 판결을 뒤집다!
2심 재판부는 B가 자신의 기억만으로 5년 동안 100여 회에 걸쳐 A에게 빌려준 내역을 특정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B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친형이나 지인의 증언 및 여러 정황에 따라 A가 B로부터 돈을 빌리면서 중개수수료를 받으면 갚겠다고 말한 것은 명백하게 기망한 것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2심 재판부는 아래와 같이 1심 재판부가 A에게 선고했던 8개월의 징역형을 파기하여 '무죄'를 선고하였고, A는 석방되어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피고인 신분으로 형사재판을 받으면서 무죄를 선고받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만약 무죄를 주장하는 사건이라면 그만큼 논리 정연하게 변호해야 하고, 증거 및 수사자료를 면밀히 분석해야 합니다.
피해자의 수사 과정에서의 진술과 재판 과정에서의 진술에 모순점이 없는지, 수사 과정에서는 진술한 적 없으나 재판 과정에서 처음 진술한 내용은 없는지, 제출된 증거가 피해자의 진술에 부합하는지,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황이 있더라도 이를 인정할만한 다른 증거가 뒷받침되어 있는지 등 꼼꼼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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