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피고인의 형량을 결정하는 요소에는 혐의 인정여부, 전과여부, 건강상태, 심신장애 여부 등 다양한 것이 있으나, 특히 피해자가 있는 사건에서는 피해자와의 합의여부가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그러나 제 경험상 피고인과 피해자의 입장차를 조율하고 원만한 합의를 도출해 내는 것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피해자가 피고인과 합의할 의사가 없는 경우도 있고, 다행히 합의 의사가 있다고 하더라도 서로 제시하는 금액의 괴리가 상당히 크기 때문입니다.
만약 형사재판이 종결될 즈음까지 합의를 하지 못하면, 피고인은 일반적으로 피해자의 피해를 회복시키기 위해 이만큼 노력했다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형사공탁을 하려고 합니다.
2022년 12월에는 '형사공탁 특례' 제도가 시행되면서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모르는 경우에도 형사공탁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제도의 취지를 악용... 기습 공탁!
형사공탁 특례는 기본적으로 불법적인 수단을 이용해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알아내고 합의를 강요하는 2차 가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되었습니다.
그러나 피해자의 사생활을 보호하고 2차 가해를 막으려는 취지와는 달리, 결과론적으로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일방적으로 공탁하거나 판결 선고 직전에 기습 공탁을 함으로써 감형을 받는 사례가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2022년 12월 시행 이후 2023년 9월까지 접수된 형사공탁 특례 사건은 총 18,964건에 이르고, 공탁 금액은 무려 1,151억 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결과는 피고인에게 '돈만 있으면 형량을 거래할 수 있다."는 위험천만한 인식을, 피해자에게는 "형사사법 시스템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한다."는 불안감을 심어줄 우려가 있습니다.
당초 의도했던 형사공탁 특례 제도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피해자에게 공탁에 관한 의견을 충분히 진술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그렇다면 피고인이 일방적 또는 기습적으로 형사공탁을 하였을 때, 피해자는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요. 아래에서 2가지 경우의 수로 나누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합의 의사는 전혀 없다, 엄벌만은 원할 뿐!
예컨대 교통사고 사망이나 성범죄 사건의 경우, 피해자는 가해자의 범행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이 매우 크고, 평생을 트라우마에 갇혀 살아가게 됩니다. 그래서 피고인과 합의할 생각이 전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이 진심 어린 용서와 반성도 없이 형사공탁을 하면, ① 공탁관은 법원과 검찰에 공탁 사실을 통지하고, ② 법원과 검찰은 피해자에게 공탁 사실을 통지하는데, 피해자는 이때 처음으로 공탁 사실을 알게 됩니다.
피해자는 갑작스러운 공탁 사실에 당혹스러우면서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 판결 선고 시까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 사례가 많습니다.
그러나 합의 의사가 없다면, 피해자는 절대 손 놓고 가만히 있으면 안 됩니다.
먼저 공탁금은 수령하지 않아야 하고, "재판부에 형사공탁금을 수령할 의사가 전혀 없고, 피고인의 엄벌을 원한다"는 취지의 탄원서와 공탁금 회수 동의서를 제출하는 등 적극적으로 어필해야 합니다.
물론 검찰이 피해자에게 공탁 사실을 통지하면서 피해자의 의사를 확인한 후 재판부에 전달하여 피고인의 양형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기도 합니다.
위와 같이 행동해야만 재판부는 피고인의 형사공탁 사실을 유리한 양형사유로 반영하지 않습니다. 또한 설사 1심에서 유리한 양형사유로 반영되었다고 하더라도 2심에서 이를 뒤집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1심에서는 형사공탁 사실이 반영되어 징역 1년이 선고되었으나, 피해자가 2심에서 형사공탁금 수령 거절 및 엄벌 의사를 밝히면서 징역 2년이 선고된 사례가 있습니다.
주의할 점은 피해자가 형사공탁금 수령 거절 및 엄벌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면, 단순히 형사공탁금을 수령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에게 유리한 양형사유로 반영된다는 것입니다.
재판부 입장에서 볼 때, 피고인의 의사가 어떠한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피고인은 피해자의 피해를 회복시키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합의 의사가 없고 피고인의 강력한 처벌을 원한다면, 반드시 적극적으로 행동하시기 바랍니다.
형사공탁물 회수동의서 작성 방법
형사공탁물 회수동의서는 양식에 맞게 작성한 후 필요 서류를 함께 첨부해야만 피고인에 대한 양형사유로 반영되지 않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판결문에 피고인에게 유리한 양형사유로 반영될 수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① 먼저 위의 서류(별지 13호)를 양식에 맞게 작성합니다.
② 다음으로 형사공탁에 관한 업무처리지침 제20조 제3항에 따라 피해자는 아래에 기재된 필요서류를 함께 제출해야 합니다.
[공탁법 제5조의2 제5항, 공탁규칙 제89조, 형사공탁에 관한 업무처리지침 제20조 제3항]
1. 회수동의서에 인감도장을 날인한 경우, 인감증명서(발급일로부터 3개월 내)
2. 회수동의서에 서명한 경우 : 본인서명사실확인서 또는 전자본인서명확인서 발급증(발급일로부터 3개월 내)
③ 만약 인감도장만 날인하고 인감증명서를 제출하지 않거나 3개월이 지나는 등 법령에서 정한 방식을 따르지 않았을 경우, 공탁금 회수동의서가 적법한 효력이 있다고 보지 않습니다.
이에 따라 판결문에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위하여 0원을 공탁하였으므로 이를 양형에 참작한다고 기재되니, 반드시 주의해야 합니다.
경제적인 피해 회복도 무시할 순 없다, 형사공탁금 수령
금액이 합리적인 수준이라면 피해자는 개인적, 현실적인 판단에 따라 형사공탁금을 수령할 수도 있습니다. 오로지 피해자의 선택의 문제입니다.
형사공탁금을 수령하기로 결정했다면, 다음과 같은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피고인이 형사공탁을 하면 공탁관은 법원과 검찰에 공탁 사실을 통지하고, 법원과 검찰은 '피공탁자 동일인 확인 증명서'를 발급하여 공탁소에 송부합니다.
위 증명서가 필요한 이유는 예컨대 피해자의 실명은 '나피해'이나, 판결문에는 '나OO'이라고 기재되어 있어 실제 형사공탁금을 수령하기 위해서는 '나피해'와 '나OO'이 동일인이라는 사실이 확인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피해자는 법원이나 검찰에 방문하여 위 증명서를 직접 발급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으나, 법원행정처는 피해자의 형사공탁금 수령의 편의를 위해 최근 그 절차를 개선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피해자는 공탁소에 바로 방문하여 공탁금 출급청구서 2부, 신분증, 공탁통지서(= 공탁금 5,000만 원 초과한 경우), 인감도장 및 인감증명서(= 공탁금 1,000만 원 초과한 경우)를 제출하면 공탁금을 수령할 수 있습니다.
'형사 법률정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살인과 살인 미수의 형량은?? (0) | 2024.04.12 |
---|---|
경찰조사 연락/일정/연기/팁/대응방법/주의사항 (VS 검찰조사와의 차이) (2) | 2024.04.11 |
[형사전문변호사/성공사례] 100여 차례에 걸친 사기 혐의로 기소되어 1심에서 유죄 선고되었으나, 2심에서 무죄 받은 사건 (0) | 2024.03.14 |
조사받으러 오라는 경찰의 전화를 받았다면, 고소장 열람부터! (0) | 2024.03.05 |
10분이면 되는 약식명령 이해하기 (0) | 2024.03.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