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OO경찰서 경제 O팀 OOO 수사관입니다. 김가해 씨 맞으시죠. 나피해 씨가 김가해 씨를 OO 혐의로 고소해서 조사 일정을 잡으려고 연락드렸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서 받았더니 위와 같은 이야기를 들었을 때, 여러분이라면 어떤 생각이 드시겠습니까.
밥 먹듯이 경찰서에 들락거리면서 화려한 전과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아마도 여러분은 숨이 턱턱 막히고 머리가 핑 돌면서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 생각조차 들지 않을 것입니다.
너무나 당연합니다. 사람이 살면서 경찰조사를 받으러 오라는 전화를 몇 번이나 받을까요.
다만, 여러분이 경찰조사를 현명하게 받고 억울하게 처벌받지 않기 위해서는 경찰조사를 받기 전에 반드시 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이것만 알고 있다면 최소한 두려움과 걱정스러운 마음에 경찰조사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술술 하거나 제대로 된 방어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상황은 면할 수 있습니다.
보이스피싱 의심부터
이러한 전화를 받았을 때에는 가장 먼저 보이스피싱이 아닌지부터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시점에서 수사기관을 사칭하여 금전을 편취하는 보이스피싱이 최신 트렌드는 아니지만 여전히 같은 수법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조직이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경찰이나 검사라는 사람이 조사에 필요하다면서 여러분의 개인정보나 계좌정보 등을 물어본다면, 무조건 보이스피싱이니 전화를 끊으시면 됩니다.
수사기관은 절대 누군가의 개인정보나 계좌정보를 물어보지 않습니다.
침착하게 대응하기
전화상으로 실제 경찰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면, 고소인이 누구인지, 혐의가 무엇인지, 혐의의 내용은 무엇인지 등 최대한 많은 정보를 확보해야 합니다.
다만, 경찰은 혐의의 구체적인 내용은 잘 알려주지 않으려 하고, 특히 성범죄 같은 경우 고소인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있으므로 고소인이 누구인지도 알려주지 않습니다.
그러나 원하는 만큼 정보를 확보하지 못했더라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래에서 설명하겠지만 고소장을 열람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경찰은 여러분에게 "O월 O일 O시에 조사하려고 하는데 시간이 되느냐."라고 물어볼 것입니다. 이때에는 설령 시간이 되더라도 직장·건강 등의 개인사유를 들어 조사 일시를 약 3주 후로 미루는 것이 좋습니다.
정보공개청구로 고소장 열람하기
경찰과의 전화로 조사 일정을 잡았다면, 여러분이 지금 당장 반드시 해야 할 일은 고소장을 열람하는 것입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듯, 고소인이 도대체 나를 어떤 혐의로 고소하였고 그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인지 확인해야만 올바르고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고소장을 열람하기 위해서는 정보공개포털 사이트에서 정보공개청구를 해야 하는데, 그 절차를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정보공개포털(https://www.open.go.kr)에 접속하여 먼저 가입한 후 청구신청을 클릭하면 아래와 같은 화면이 순차적으로 나옵니다.
2. 청구주제는 "행정재정"을 선택합니다.
3. 제목에는 "피고소인 김가해에 대한 고소장 열람등사청구"라고 기재합니다.
4. 청구내용에는 "나피해라는 사람이 본인 김가해를 OO 혐의로 고소하였는바, 고소장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여 적절한 방어권을 행사하기 위해 고소장의 열람등사를 청구합니다."라고 기재합니다.
여기에 경찰서에 접수된 사건번호도 함께 기재하면 되는데, 사건번호는 해당 경찰서에 전화해서 물어보면 알려줍니다.
5. 청구기관에는 기관 찾기 클릭 -> 기관명에 OO경찰서 검색 -> OO경찰서 선택 및 확인을 클릭하면, "경찰청 서울특별경찰청 서울강동경찰서"와 같이 기재됩니다.
6. 공개방법은 "전자파일", 수령방법은 "정보통신망", 수수료 감면여부는 "해당 없음"을 선택한 후 청구하기를 클릭하면 완료됩니다.
7. 위와 같은 절차를 거치면, 일반적으로 7 ~ 10일 이내에 고소장을 열람할 수 있습니다.
다만, 고소장의 전체 내용을 열람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개인정보가 표시되어 있는 부분이나 고소인이 제출한 증거들에 대해서는 열람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고소장을 열람해야 하는 이유는 고소인이 어떠한 내용으로 고소한 것인지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할 수 있어 경찰조사에 필요한 대응전략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8. 앞서 조사 일정은 약 3주 후로 미루는 것이 좋다고 말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정보공개청구를 함으로써 고소장을 열람하는데 2주 정도, 고소장 검토 후 조사를 준비하는데 1주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1회 피의자 조사가 가장 중요
경험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찰의 출석요구 전화를 받았을 때 고소장 열람은커녕 아무런 준비도 없이 홀로 조사를 받으러 가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 포스팅을 읽은 여러분은 고소장을 열람하여 고소 내용이 무엇인지 파악하였을 것이고, 그렇다면 첫 단추를 잘 꿰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경찰조사 일시까지 남아 있는 약 1주(정보공개청구 이후 열람 시까지의 2주 제외)의 기간 동안 고소장의 내용 중 사실과 다른 부분이나 억울한 부분이 있다면 그에 대한 의견을 정리하고 경찰에게 제출할 자료를 수집해야 합니다.
또한 경찰조사 단계에서부터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적극적으로 방어권을 행사할 것인지, 홀로 출석하여 조사를 받을 것인지 선택해야 합니다. 물론 혼자서도 충분히 조사받을 수 있겠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그리하면 됩니다.
한편, 조사 일정을 잡아놓고도 특별한 사유 없이 지속적으로 출석하지 않는다면, 경찰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구속수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행동은 지양해야 하고 반드시 출석해야 합니다.
경찰조사 당일에는 경찰이 피의자의 인적사항을 확인하고 피의자에게 진술을 거부할 권리 및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등을 고지해 준 이후 본격적인 피의자 조사를 시작합니다.
조사를 받을 때 유의할 점은 전혀 기억나지 않거나 기억이 선명하지 않은 부분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하고, 자신의 진술을 번복하지 않으면서 일관성 있게 진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반복적으로 진술을 번복하거나 자신의 기억을 재구성하여 사실과 다른 진술을 할 경우, 경찰이 피의자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하여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명심해야 합니다.
이에 반해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고 피해자와 합의할 의사가 있는 사건이라면, 경찰에게 형사 조정을 잡아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습니다. 형사 조정은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하여 분쟁을 조정하는 제도입니다.
마무리까지 완벽하게
경찰조사는 보통 2시간 내외로 이루어지고 사건의 경중에 따라 그 이상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조사가 끝나면 경찰은 피의자에게 피의자신문조서를 제공하여 피의자가 진술한 내용과 다르게 기재되어 있는 부분이 있는지 열람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때 피의자는 피의자신문조서에 자신이 진술한 대로 기재되어 있는지, 혹시 경찰이 왜곡해서 기재한 부분은 없는지 등을 꼼꼼하게 확인해야 합니다.
진술한 대로 기재되어 있지 않다면 반드시 수정을 요구해야 하고, 누락되어 있거나 좀 더 보충하고 싶은 내용이 있으면 추가해 달라고 요구해야 합니다.
그만큼 피의자신문조서는 피의자의 범죄혐의를 입증하는 중요한 증거자료가 되기 때문입니다.
향후 추가적으로 있을 수 있는 추가 피의자 조사나 대질 조사도 위와 같은 방식으로 철저히 준비해서 받는다면, 그 누구보다 조사를 잘 받은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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