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일반적으로 형사소송은 피고인이 법정에 출석하여 재판장 앞에서 변론하면서 범죄혐의의 유무를 가리는 방식(= 통상의 공판절차)으로 진행됩니다.
그러나 모든 형사사건을 위와 같은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우며 비교적 경미한 범죄에 대해서는 신속하게 재판하는 것이 소송경제에 부합하기 때문에 우리 법은 특별한 형사소송 절차를 마련하였습니다.
대표적인 것으로 약식절차(형사소송법 제448조)와 즉결심판(즉결심판법 제3조)이 있는데, 이 2가지 모두 간단하고 신속한 절차를 거쳐 형을 선고하기 때문에 실무적으로 많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 2가지 중 약식절차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약식절차의 의미와 대상 사건
약식절차는 통상의 공판절차를 거치지 않고 재판장이 수사기관의 수사 및 증거서류만을 토대로 심리하여 피고인에게 벌금·과료를 선고하는 간이한 형사절차를 말합니다.
전술한 바와 같이, 재판의 신속을 기해 불필요한 시간·비용의 낭비를 방지하고, 공개재판에 따른 피고인의 사회적·심리적 부담을 덜어줌과 동시에 매번 법정에 출석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약식절차에 따라 진행할 수 있는 사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형사소송법 제448조(약식명령을 할 수 있는 사건) ① 지방법원은 그 관할에 속하는 사건에 대하여 검사의 청구가 있는 때에는 공판절차 없이 약식명령으로 피고인을 벌금, 과료 또는 몰수에 처할 수 있다. ② 생략 형사소송법 제449조(약식명령의 청구) 약식명령의 청구는 공소제기와 동시에 서면으로 해야 한다. 형사소송법 제450조(보통의 심판) 약식명령의 청구가 있는 경우에 그 사건이 약식명령으로 할 수 없거나 약식명령으로 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다고 인정한 때에는 공판절차에 의하여 심판해야 한다. |
위 규정과 같이, 검사가 범죄의 중대성이나 피해자의 피해정도 등을 고려한 결과 피고인에게 벌금, 과료에 처할 수 있는 사건이라고 판단한 때에는 공소제기를 하면서 약식명령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만약 검사가 강간이나 살인과 같이 피고인에게 벌금, 과료에 처할 수 있는 사건이 아니라 징역에 처해야 하는 사건이라고 판단한다면, 검사는 당연히 통상의 공판절차에 따라 공소제기를 할 것입니다.
위 사건에서 피고인의 범죄혐의는 절도, 사기, 컴퓨터 등 사용사기,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등으로 혐의가 굉장히 많고 죄질도 나쁜 편입니다.
상식적으로 보았을 때 저 정도의 범죄혐의라면 충분히 징역형을 선고받아야 할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사는 피고인에게 300만 원의 벌금형에 처해달라는 약식명령을 청구하였습니다.
과연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 이유는 바로 범죄행위를 통해 피고인이 편취한 총금액이 84,000원으로 소액이었기 때문입니다. 검사는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약식명령을 청구했던 것입니다.
따라서 정리하자면, 약식명령의 대상이 되는 사건은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검사의 청구로 벌금, 과료에 처할 수 있는 모든 사건이라 할 것입니다.
약식명령의 효력
검사가 약식명령을 청구하는 경우, 법원은 보통 검사의 의견을 그대로 받아들여 약식명령을 발령합니다.
그리고 약식명령을 발령받은 피고인이 일정한 기간 내에 불복하지 않으면, 유죄의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발생하는데, 약식명령에는 아래와 같은 내용이 기재되어 있습니다.
약식명령에 대한 불복 방법 및 주의사항
전술한 바와 같이, 약식절차는 재판장이 수사 및 증거서류만을 토대로 심리하는 것이기 때문에 간략한 서면심리에 따른 부당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 법은 약식명령에 대한 불복 절차를 마련해 놓았는데, 그것은 바로 '정식재판청구권'이라는 것입니다.
형사소송법 제451조(약식명령의 방식) 약식명령에는 범죄사실, 적용법령, 주형, 부수처분과 약식명령의 고지를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정식재판의 청구를 할 수 있음을 명시하여야 한다. 형사소송법 제453조(정식재판의 청구) ① 검사 또는 피고인은 약식명령의 고지를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정식재판의 청구를 할 수 있다. 단, 피고인은 정식재판의 청구를 포기할 수 없다. ② 정식재판의 청구는 약식명령을 한 법원에 서면으로 제출하여야 한다. ③ 정식재판의 청구가 있는 때에는 법원은 지체없이 검사 또는 피고인에게 그 사유를 통지하여야 한다. 형사소송법 제457조의2(형종 상향의 금지 등) ①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 대하여는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종류의 형을 선고하지 못한다. ②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 대하여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형을 선고하는 경우에는 판결서에 양형의 이유를 적어야 한다. |
위와 같이 피고인이 약식명령 결과에 대하여 부당하다고 생각한다면, 약식명령을 고지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약식명령을 한 법원에 정식재판청구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유죄로 확정되므로 이 기간은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하면, 법원은 통상의 공판절차에 따라 다시 심리하게 됩니다. 따라서 피고인은 법정에 출석하여 무죄 또는 양형부당 등의 변론을 하고 증거신청을 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정식재판을 청구하기 전 유의할 것은 약식명령에 불복하여 정식재판을 청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유죄가 선고될 경우, 형사소송법 제457조의 2 제2항에 따라 약식명령보다 더 무거운 벌금형이 선고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약실절차에서 300만 원의 벌금형을 발령받았는데, 정식재판절차에서는 5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형사소송법 제457조의 2 제1항에 따라 약식명령의 벌금형보다 중한 종류의 형이라 할 수 있는 징역형이 선고되지는 않습니다. 이를 '형의 종류 상향 금지'라고 합니다.
따라서 정식재판을 청구할 것인지 여부는 이러한 사실을 충분히 고려하고 심사숙고한 뒤 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형사 법률정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형사전문변호사/성공사례] 100여 차례에 걸친 사기 혐의로 기소되어 1심에서 유죄 선고되었으나, 2심에서 무죄 받은 사건 (0) | 2024.03.14 |
---|---|
조사받으러 오라는 경찰의 전화를 받았다면, 고소장 열람부터! (0) | 2024.03.05 |
[형사공탁 1편] 피해자와 합의할 수 없으면, 형사공탁 특례를 활용!! - 피고인 : 형사공탁서 (0) | 2024.02.26 |
경찰의 불송치 결정, 그 후의 진행 절차 - 고소인 편 (0) | 2024.02.23 |
경찰의 불송치 결정, 그 후의 진행 절차 - 피의자 편 (2) | 2024.02.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