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형사전문변호사 조영광 변호사입니다.
여러분은 운전 중 전방에 있는 신호등이 황색신호로 바뀌었다면, 계속 주행해서 그 구간을 통과하시나요 아니면 정지선에 맞춰 정지하시나요.
참으로 애매하죠. 운전을 하면 어김없이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황색신호 딜레마"..
최근 이와 관련한 대법원 판결이 나와 많은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 판결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사건의 개요는 다음과 같습니다.
A 씨는 2021년 7월경 경기도 부천시 소재의 교차로에 진입하기 직전 신호등에 황색 신호가 켜졌음에도 불구하고, 정지하지 않고 좌회전하면서 교차로에 진입하였다.
그 과정에서 A 씨는 적색 신호를 무시하고 좌측에서 우측으로 직진해 오던 오토바이를 충격하였고, 이 사고로 오토바이 운전자 B 씨는 전치 3주, 동승자 C 씨는 전치 14주의 상해를 입었다.
검찰은 A 씨가 제한속도 40km를 초과하고 신호를 위반한 채로 교차로에 진입함으로써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 보고,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으로 기소하였다.
이를 두고 1심과 2심 법원은 A 씨의 행위를 신호위반 행위로 평가할 수 없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한 반면, 대법원은 교차로 진입 전 황색 신호가 켜졌음에도 정지하지 않으면 신호 위반이라고 판결하였다.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 YTN 뉴스를 통해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 사건 교통사고 영상 보기]
1심과 2심의 판결
1. 이 사건의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A 씨가 교차로에 진입하기 직전 황색 신호가 켜졌음에도 정지하지 않고 좌회전한 것이 신호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였습니다.
수사 내용에 의하면, 신호등이 황색으로 바뀔 때 A 씨의 차량과 정지선 사이의 거리는 약 8.3m, A 씨가 황색 신호를 발견하고 정지하는데 필요한 거리는 30.72 ~ 35.85m 정도였다고 합니다.
결국 A 씨가 급제동을 하더라도 정지선보다 약 22 ~ 27m 정도는 더 주행하여 교차로 내에서 정차할 가능성이 높았다는 말입니다.
2. 1심 및 2심 법원의 판단
가. 1심 무죄
1심은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A 씨가 황색 신호를 보고 차량을 정지할 경우 교차로 한복판에서 정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정지하지 않고 그대로 주행한 것을 신호위반 행위로 평가할 수 없다는 취지였습니다.
제한속도를 초과한 부분에 대해서는 "제한속도를 준수해서 제동 했어도 정지에 필요한 거리는 15.71 ~ 19.04m 정도여서 결국 교차로 내에서 정지하게 되므로 이 사건 사고와 인과관계가 없다."라고 판단했습니다.
나. 2심 무죄
2심도 동일한 이유를 들어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나아가 "오토바이는 적색 신호가 켜진 상태였음에도 신호를 위반하여 교차로에 진입하였고, A에게 무조건 정지할 것을 요구하면 교통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생기는데 생명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신호준수를 요구할 수 없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같이 황색 신호가 점등된 딜레마 존에서의 교통사고에 대하여 1·2심은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딜레마 존이란?
"딜레마 존"이란 계속 주행할 경우에는 신호를 위반하는 것일 수 있는데, 정지할 경우에는 뒤따라오던 차량이 추돌할 위험성이 있는 애매한 구간을 말합니다.
이에 따라 운전자는 딜레마 존 구간에서 계속 주행할 것인지 정지할 것인지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운전자가 계속 주행한다면 "측면에서의 교통사고를 유발"할 수 있고, 정지한다면 "보행자나 다른 차량(특히 뒷차량)의 교통 흐름을 방해"할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아무리 서행하더라도 교차로에서는 제동거리에 따른 딜레마 존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나아가 이는 현행법에 규정된 법률용어가 아니라 경험칙에 따라 만들어낸 사회적 개념에 불과하므로, 대법원에서는 단 한번도 딜레마 존을 인정한 예가 없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위 사건에 대해 대법원은 유죄 취지로 판결하면서 2심 법원으로 파기 환송하였습니다.
그 근거가 된 법령 규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6조(신호기) ② 신호기가 표시하는 신호의 종류 및 그 뜻은 별표 2와 같다.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6조 제2항 [별표 2] - '황색의 등화'
차마는 정지선이 있거나 횡단보도가 있을 때에는 그 직전이나 교차로의 직전에 정지하여야 하며, 이미 교차로에 차마의 일부라도 진입한 경우에는 신속히 교차로 밖으로 진행하여야 한다.
이 조항에 따라 대법원은 "차량이 교차로에 진입하기 전에 황색신호로 바뀐 경우 차량의 운전자가 정지할 것인지 또는 진행할 것인지 여부를 선택할 수 없다."라고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위 사건에서도 교차로에 진입하기 전 신호가 황색신호로 바뀐 경우, 차량의 정지거리가 정지선까지의 거리보다 길 것으로 예상되더라도, 교차로 직전에 정지하지 않았다면 신호를 위반한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동안 축적된 대법원 판례도 마찬가지입니다(대법원 2006도3657 판결, 대법원 2018도14262 판결).
결론
대법원의 판단에 대하여 일각에서는 현실을 모르는 판결이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정지선을 앞두고 무리하게 급제동할 경우 후방 차량에 의한 추돌 위험이 크고, 특히 화물차·버스 등 대형차량의 경우 사실상 급제동이 불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딜레마 존에서 급제동하는 바람에 큰 사고로 이어진 뉴스도 종종 보도되고 있습니다.
반면, 현행법상 황색신호는 주행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적색 신호의 점등을 예고하는 것으로 정지하라는 뜻이니 법을 준수하면 문제없다는 의견도 존재합니다.
나아가 딜레마 존을 인정하는 것은 자칫 과속 차량을 옹호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으므로 인정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양측의 주장을 들어보면 각자 나름대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보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유럽연합 소속 국가나 미국, 일본에서 딜레마 존을 인정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우리도 향후 활발한 논의와 관련 법 개정을 통해 무분별한 범죄자 양산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현행법상 황색신호는 정지신호이므로, 현재로서는 교통사고와 인명피해 방지를 위해 무리하게 교차로에 진입하지 않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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