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형사전문변호사 조영광 변호사입니다.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다 보면 경찰이 "그렇게 억울하면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받아봅시다."라고 유도할 때가 있습니다.
흔히 거짓말탐지기 조사라고 알고 있지만, 경찰에서는 "폴리그래프검사"라 하고, 검찰에서는 "심리생리검사"라는 용어를 많이 사용하는데요.
오늘은 수사기관에서 많이 활용하는 수사기법 중 하나인 "거짓말탐지기 조사"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거짓말탐지기란?
거짓말탐지기는 피의자에게 사건과 관련된 질문을 한 이후 그에 대한 답변 시에 나타나는 생리적 변화를 기록하는 장치를 말합니다.
피의자가 거짓말을 할 때 발생하는 불안감이나 긴장감 등의 감정을 호흡·맥박·혈압 등 생리적 변화를 통해 파악함으로써 거짓말한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입니다.
거짓말탐지기 조사 왜 하나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거짓말탐지기 조사는 수사를 하면서 피의자에게 혐의가 있는지 없는지 판단하기가 "애매"하기 때문에 진행합니다.
객관적 증거·CCTV가 없거나 양측의 진술이 완전히 상반돼 애매한 경우, 수사기관은 피의자의 혐의에 대한 심증을 형성하는데 도움을 받고자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제안합니다.
특히 성범죄 사건도 객관적 증거를 확보하기 어렵고 피해자와 피의자의 진술만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거짓말탐지기 조사가 활용되는 편입니다.
조사 거부해도 될까요?
수사기관이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제안하면 피의자는 무조건 조사를 받아야 할까요.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거부하셔도 됩니다
한번 생각해 봅시다.
A는 실제로는 지하철에서 추행한 사실이 없지만 억울하게 수사를 받고 있는데 경찰이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제안했습니다.
밀폐된 장소에서, 온갖 검사도구가 부착된 상태에서 처음으로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받게 된 A가 과연 떨지 않고 제대로 된 조사 결과를 받을 수 있을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만에 하나 조사 결과 거짓 반응으로 나온다면, 수사기관은 이를 유력한 증거로 A에게 추행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하여 검찰에 송치할 겁니다.
따라서 무혐의에 관한 증거를 다수 보유하고 있지 않은 이상, 굳이 거짓말탐지기 조사에 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됩니다.
특히 사건에 대한 기억이 불분명한 경우, 건강상 이유로 복용하는 약물이 있는 경우에는 조사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거절하는 것을 권합니다.
진행 절차
거짓말탐지기 조사는 사건 담당 경찰이나 검찰이 직접 진행하는 것이 아니고 전문기관에 의뢰하여 진행되는데, 그 절차는 대략 아래와 같습니다.
1. 조사 의뢰
경찰단계에서 진행되는 경우 담당 경찰이 지방경찰청 소속 검사관에게, 검찰단계의 경우 담당 검사가 지방검찰청 소속 검사관에게 조사를 의뢰합니다.
검사관은 전문적으로 훈련을 받은 사람이고, 거짓말탐지기 조사만 전담합니다.
2. 일정 조율
전문 검사관은 피의자에게 연락해서 조사 일정을 잡는데, 빠르면 2주 정도, 늦으면 2달 정도까지 걸리는 것 같습니다.
3. 조사 진행
피의자는 조사 당일 지방경찰청 또는 지방검찰청에 방문하여 조사를 받습니다.
이때 함께 참석해 달라고 요청하는 분들이 계시는데, 수사규칙상 변호인은 조사에 직접 참여할 수가 없습니다.
거짓말탐지기 조사는 혼자 받으셔야 합니다.
4. 검사도구 부착
범죄영화나 드라마에서 많이들 보셨을 텐데요.
검사관은 아래 사진처럼 피의자의 신체에 각종 검사도구를 부착해서 검사를 진행합니다.
검사관이 질문하고 피의자가 답변하는 과정에서, 피의자의 호흡·맥박·혈압 등 생리적 변화를 측정함으로써 답변의 진실 혹은 거짓 여부를 판별합니다.
5. 조사 결과
거짓말탐지기 조사 결과는 검사 기계에서 진실 또는 거짓이라고 명확하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아래 사진처럼 그래프로 나옵니다.
일반적인 질문에 대한 답변 시 측정된 신체반응 그래프와 사건 관련 질문에 대한 답변 시 측정된 신체반응 그래프를 비교해 검사관이 해석합니다.
그 결과 검사관은 진실, 거짓, 판단불능이라는 3가지 형태로 결론을 도출하고 보고서를 작성합니다.
피의자 입장에서 진실 반응이 나왔다면 다행이지만, 거짓 반응으로 나온 경우 다시 조사를 요청해도 해주지 않습니다.
거짓말탐지기 조사 결과, 믿을 수 있을까
그런데 말입니다.
이 조사 결과 정말 믿을만할까요. 과연 정확성을 보장할 수 있을까요.
현재 우리나라 수사기관은 미국에서 제조한 거짓말탐지기 검사 기계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거짓말탐지기 조사 결과는 상당히 정확한 편이라고 하나, 100% 정확한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잘못된 결과가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실무적으로 경찰은 거짓말탐지기 조사 결과를 굉장히 신뢰하는 경향이 있고, 이에 따라 피의자 혐의 인정의 증거로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과거 2010년경 성범죄자 김길태가 범행을 부인하다가 거짓말탐지기 결과가 나온 이후부터는 범행을 자백하기 시작하면서 성공적인 선례를 남겼기 때문입니다.
거짓말탐지기 조사 결과는 증거능력이 없다
증거능력이란 어떠한 증거가 피고인의 혐의를 인정하기 위한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지에 관한 것입니다.
증거능력이 있는 경우에는 증거로 사용할 수 있고, 증거능력이 없다면 증거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이에 따라 증거능력이 없는 경우 판사는 피고인의 혐의를 판단하는데 그 증거를 보지도 못하고 판결의 근거로 제시할 수도 없습니다.
전술한 바와 같이, 경찰은 거짓말탐지기 조사 결과를 피의자의 혐의를 인정하는데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거짓말탐지기의 정확성이나 신뢰도를 담보할 수 없으므로 그 조사 결과에 대하여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거짓말탐지기 조사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수사기관으로부터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제안받았다면, 조사받을 경우와 받지 않을 경우를 비교 형량하여 어떤 것이 더욱 유리할지 판단해야 합니다.
거짓말탐지기 조사는 양날의 검과 같기 때문에 신중히 선택하셔야 합니다.
이상으로 포스팅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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