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최근 24년 2월 8일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업무방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부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에 대하여 2심 판결이 선고되었습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조국 전 장관에게 징역 2년(추징금 600만 원 포함)의 실형을 선고하였고, 검찰과 조국 전 장관 쌍방이 항소하여 서울고등법원에서 2심 공판이 진행된 바 있습니다.
2심 재판부는 조국 전 장관의 항소를 받아들이지 않고 1심 재판부와 동일하게 징역 2년(추징금 600만 원 포함)의 실형을 선고하였습니다.
그러면서도 2심 재판부는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없고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조국 전 장관을 법정구속하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의문점이 하나 생길 것 같습니다. 실형이 선고되었는데 어찌하여 구속되지 않은 것일까요. 이하에서는 법정구속이 무엇이고, 구속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법정구속이란?
불구속 상태에서 형사재판을 받고 있던 피고인이 1심이나 2심에서 집행유예가 없는 실형을 선고받으면, 일반적으로 재판장은 구속영장을 발부하여 법정에서 바로 피고인을 구속하는데, 이를 '법정구속'이라고 합니다. 다만, 이는 정식 법률용어는 아닙니다.
대한민국 형사법의 대원칙 중 하나인 '무죄추정의 원칙'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수사 단계에서부터 시작하여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피고인은 무죄라고 추정된다는 것을 뜻합니다.
판결의 확정은 판결 선고일로부터 7일 이내에 검찰이나 피고인이 항소하지 않았을 때 확정되는데, 이에 따라 실형을 선고받더라도 검찰이나 피고인이 항소할 수 있기 때문에 판결이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이 실형을 선고받으면, 일반적으로 재판장은 피고인을 법정구속시킵니다. 결국 피고인은 수형생활을 하게 되는 것이죠.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는 형사법상 대원칙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이에 반하여 사실상 인신 구속을 당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아래에서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인신구속사무의 처리에 관한 예규와 그 개정
법정구속과 관련하여 인신구속사무의 처리에 관한 예규라는 것이 있습니다. 예규 제57조를 살펴보면 아래와 같은데, 좌측은 1997년 1월 1일부터 시행되었던 기존 예규이고, 우측은 2021년 1월 1일부로 시행된 개정 예규입니다.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기존 예규는 피고인에게 실형을 선고할 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정에서 구속한다고 규정되어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과거에는 실형이 선고되면 법정구속하는 것이 원칙이었습니다. 다만, 예외적으로 피고인이 피해자의 피해를 회복시켰거나 건강상의 문제가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에는 법정구속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기존 예규는 구속 사유를 명시한 형사소송법 규정에 반하는 측면이 있고, 무엇보다 형사법상 대원칙인 무죄추정의 원칙에 위배되어 피고인의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습니다.
이에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2021년 1월 1일 기존 예규 제57조를 개정하였는데, "구속에 관한 형사소송법상 원칙에 충실할 필요가 있고, 무죄추정과 불구속 재판 원칙의 중요성을 고려해 개정하게 되었다."라고 그 이유를 밝혔습니다.
개정 예규 제57조에 의하면, 피고인에게 실형을 선고할 때 구속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법정에서 구속한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즉, 법정구속을 하기 위해서는 구속 사유가 인정되어야 합니다.
구속 사유는 형사소송법 제70조에서 규정하고 있는바, ① 죄를 지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② 일정한 주거가 없거나 도주 우려 또는 증거인멸 우려가 있으면 인정됩니다.
따라서 현재는 실형이 선고되면 원칙적으로 법정구속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재판장의 판단에 따라 구속 사유가 인정되는 경우에 법정구속을 하는 것으로 변경되었습니다.
형평성 논란도
사법연감 자료에 의하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피고인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는 비율은 2015년에서 2018년까지 20% 후반대를 유지했다고 합니다.
반면, 인신구속사무의 처리에 관한 예규가 개정된 이후 2021년도에는 24.07%로 소폭 하락했습니다. 개정으로 인한 영향이 미미하다고 볼 수 있지만, 실무상 법정구속되는 비율이 점점 낮아지고 있는 추세에 비추어보면, 예규의 개정이 반영된 결과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가 있어 법정구속이 필요한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여전히 재판장의 재량으로 판단하고 있는 현실적 상황에서, 일반인 범죄자와 달리 고위공직자나 정치인은 법정구속이 되지 않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것입니다.
결국 어느 정치인이 실형을 선고받았는데도 법정구속되지 않았다는 뉴스기사가 올라오면, 국민들은 "정치인에게만 특혜를 주느냐. 형평성에 맞지 않다."라고 분통을 터뜨립니다.
이는 분명 일반인 범죄자들과 비교해 논쟁의 여지가 있다고 보입니다.
예측 가능하게 집행해야
따라서 법정구속에 대하여 매번 반복되는 형평성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단순히 예규만의 개정으로 부족해 보입니다.
더 나아가 대법원은 법정구속의 기준을 일관되게 정립할 것인지, 사안마다 개별적인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지 등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그에 따라 국민의 법감정에 부합하도록 예측 가능하게 집행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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