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핸드폰 앱을 이용하여 비대면으로 카드론 대출을 받은 뒤 채무 변제 목적으로 돌려 막기를 하더라도 사기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대법원 2024도18441 판결).
오늘은 위 판례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사건의 개요 및 혐의
피고인은 핸드폰에 설치된 A 카드회사의 앱을 통해 "대출금액 18,500,000원, 금리 연 18.5%, 대출기간 27개월"의 조건으로 카드 대출신청을 하였다.
그러나 사실 피고인은 같은 날 동시다발적으로 카드 대출을 받는 경우 대출정보가 서로 공유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하여 다수의 카드회사로부터 동시에 1억 3,610만 원의 대출을 받을 생각이었다.
또한 거래처에 지급할 대금과 사채 채무가 2억 원 상당, 지인들에 대한 채무가 1억 원 상당, 총 3억 원에 육박하여 매월 변제해야 하는 카드 대출 원리금이 월수입을 초과하는 등 정상적으로 대출금을 반환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A 카드회사를 기망하여 차용금 명목으로 18,500,000원을 송금받은 것을 비롯하여, 총 2회에 걸쳐 A, B 카드회사로부터 합계 34,500,000원을 송금받아 편취하였다.
결국 피고인은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고 연체하다가 대출받은 해에 개인회생을 신청하였다.
2. 하급심 법원의 판단
피고인은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돌려막기를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바,
하급심 법원은 대출을 받더라도 이를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카드사 앱을 통해 대출을 받아 돌려막기한 것이 사기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중점적으로 심리한 것 같습니다.
그 결과 1심과 2심 법원은 피고인의 행위를 카드회사에 대한 기망행위로 보아 피고인에게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였습니다.
특히 2심 법원은 "이미 과다한 부채 누적 등으로 대출금 채무를 상환할 의사나 능력이 없는 상황에 처했음에도 불구하고 신용카드를 사용했다면 사기죄에 있어서 기망행위 내지 편취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라고 판시하여 사기죄의 성립을 인정하였습니다.
3. 대법원의 판단(2024도18441 판결)
관련 법리
반면, 대법원이 이 사안에 대하여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면서 내세운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형법 제347조 사기죄의 성립요건인 기망행위는 사람으로 하여금 착오를 일으키게 하는 것을 말한다(대법원 2017. 2. 16. 선고 2016도13362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7. 9. 26. 선고 2017도8449 판결 등). 따라서 '사람'에 대한 기망행위를 수반하지 않는 경우 사기죄로 처벌할 수 없다(대법원 2020. 2. 27. 선고 2019도14960 판결).
대법원의 판결 이유
대법원은 위 판례를 근거로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습니다.
피고인이 카드론 대출을 받기 위해 핸드폰에 설치된 카드회사들의 앱을 이용하여 자금용도, 보유자산, 연소득정보, 부채정보, 연소득 대비 고정 지출, 신용점수 등을 입력한 데 따라 대출이 전산상 자동적으로 처리되어 송금 받을 계좌로 대출금이 송금된 사실을 알 수 있고, 그 대출신청을 처리하는 일련의 과정에 카드회사들의 직원이 대출신청을 확인하거나 대출금을 송금하는 등으로 개입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피고인이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카드회사들의 직원 등 사람을 기망하였다고 볼 수 없다.
4. 판결의 분석
형법 제347조는 "사람을 기망하여"라고 명시함으로써 기망행위의 대상을 사람으로 보고 있으며, 위 대법원 판결은 이를 재확인한 판결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편, 과거와 달리 디지털 시대로 전환된 현대 사회에서는 사람과의 면대면이 아닌 "비대면 자동화 방식의 계약 또는 거래"가 이미 활성화된 상태입니다.
이에 따라 사람이 개입하지 않은 비대면 자동화 방식의 계약에 대하여 형법상 사기죄를 적용할 수 있을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비대면 자동화 방식을 악용할 경우 사기죄의 적용은 다소 어려울 수 있을지라도 여전히 다른 혐의 또는 법률 위반으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또한 금융기관은 위와 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비대면 대출과정의 허점을 보완하고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여 만반의 준비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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